어머니와의 산행길에 실종돼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청주 여중생 조은누리(14·사진)양이 열흘 만에 무사 생환했다. 조양은 어떻게 극심한 굶주림과 저체온증,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심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생존의 결정적 포인트는 바로 조양 자신의 강인한 정신력이라 진단하고 있다.
박연수 전 충북산악구조대 대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대부분 체력적 한계보다 ‘나는 더 이상 구조될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생존의지의 상실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면서 “기적처럼 생환한 조양은 무엇보다 정신력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 후 많이 내린 비가 수분은 공급해줬겠지만, 반대로 몸이 젖어 저체온증을 가져왔을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조양은 가장 마른 자리인 바위 아래로 은신해 마른 낙엽을 모아 추위를 막았다. 스스로 생존방법을 체득해 견뎌낸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이번 수색을 통해 ‘진짜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고도 했다.
조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10시4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등산로에서 어머니와 헤어진 뒤 실종됐다가, 지난 2일 오후 2시35분쯤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35번지에서 발견됐다. 실종된 장소에서 직선 거리로 1.7㎞에 불과했지만, 산세가 험해 수색대조차 쉽게 접근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가 실종된 뒤 이 지역엔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렸다.
현재 조양은 충북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찰과상과 멍이 든 것 외에는 특별히 다친 곳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이 병원 김존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는 조양의 상태가 평상시와 같다고 할 정도”라며 “다소 탈수증세는 있지만, 10일 동안 전혀 먹지 못한 아이치고는 아주 괜찮다”고 전했다. 조양은 병원으로 이송 중 만난 부모에게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싶어요”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조양은 약간의 자폐 증세로 특수교육을 받고 있지만, 부모의 세심한 돌봄 속에 정서적·정신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활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키 151㎝의 다부진 체격에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해, 지난 5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여자자유형 200m에 출전해 은메달을 딸 정도였다. 조양의 언니는 페이스북에 “은누리를 찾는데 도움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동생이 살아있길 기도해주신 모두에게도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