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남자축구’ 문 연 북한, 평화도 열까

입력 2019-08-05 04:05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4년 10월 2일 인천 문학축구장에서 북한과 가진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득점 없이 맞선 연장 후반 추가시간 1분 결승골이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이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뉴시스

‘남북 평양전’이 한반도 평화를 진전하는 반석이 될 수 있을까.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질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으로서는 처음 북한에서 해보는 정식 경기다. 친선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29년 만에 성사된 한국의 방북 경기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의 잇단 발사체 시험 등으로 남북 관계 진전이 주춤한 가운데 이번 평양전이 스포츠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장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나란히 H조로 편성됐다. 10월 15일 북한에서 3차전, 2020년 6월 4일 한국에서 7차전이 각각 예정돼 있었다. 조편성이 확정될 때만 해도 과연 북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월드컵 예선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문을 열지 않았다. 남북한이 월드컵 예선에서 격돌한 6차례 승부에서 한국 홈경기는 모두 서울에서 치러진 반면, 북한 홈경기는 제3국인 중국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보는 북의 폐쇄적인 체제 특성이 반영된 것이었다. 친선경기까지 포함해도 남자 대표팀의 방북은 1990년 10월 11일 남북 통일축구 1차전 이후 29년간 없었다. 여자 대표팀의 경우 2017년 4월 7일 평양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그런데 북한축구협회가 지난 2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평양에서 하겠다는 일정과 장소를 확정한 공문을 발송하면서 남북 평양전은 사실상 공식화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4일 “정부와 방북 경로를 포함한 실무를 5일 이후부터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의 월드컵 예선 전적은 6전 3승 3무로 한국이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평양 경기가 성사되면서 방북 경로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자 대표팀은 2년 전 방북에서 중국 베이징을 경유했다. 남자 대표팀이 같은 절차를 거칠 경우 10월 10일 스리랑카와 2차전 홈경기를 마치고 1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야 최소 이틀 이상의 평양 적응 훈련을 가질 수 있다. 이와 달리 직항로를 이용해 대표팀이 서울에서 곧바로 평양으로 가게 된다면 컨디션 조절에도 용이할 뿐 아니라 남북 스포츠 교류에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직항로 이용이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