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거대 유통업체와 손잡고 ‘특화 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체의 고객을 카드사 회원으로 흡수할 수 있는 데다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제휴 업체는 대형마트에서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다양하다. PLCC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란 뜻으로 말 그대로 가맹점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는 신용카드다. 일반 제휴 카드보다 포인트 적립률이 최대 8배에 달하는 등 혜택이 넉넉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롯데 계열사들과 제휴를 맺고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에서 결제한 금액의 5%를 현장에서 할인해준다. ‘엘 페이(L.Pay) 롯데카드’는 주요 계열사로 범위를 한층 넓혀 결제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홈플러스에서 각각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트레이더스 신세계’ ‘홈플러스’ 전용 카드를 앞세운다. 추가 할인되는 크고 작은 행사를 지속해서 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5월 24일부터 코스트코의 단독 제휴 카드사가 됐다. 최대 3% 포인트 적립 가능한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를 내놨다. 업계에선 국내 회원 수가 190만명 수준인 코스트코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코스트코 제휴 ‘기 싸움’이 치열하다.
카드사가 PLCC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비용 절감이 절실해서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90%가 넘는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하향 적용했다. 신규 고객에게 부가서비스 혜택을 마음대로 줄이지 못하는 의무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다 소위 ‘혜자 카드’의 신규 발급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카드사마다 수익성을 분석해 흑자를 낼 수 있는 카드만 발급을 허가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악재들이 PLCC가 ‘구원투수’로 급부상한 배경이 됐다. PLCC는 카드 운영비용을 유통업체와 분담한다. 기존 일반 제휴카드의 모든 비용을 카드사가 짊어지는 것과 다르다. 유통업체 회원을 그대로 카드사 회원으로 흡수할 수도 있다. 한 번의 카드 발급으로 여러 가맹점에서 혜택만 쏙 빼가는 일명 ‘체리피커’(얌체 고객) 진입도 방지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PLCC 발급에 적극적이다. 쓸모없는 혜택이 잡다하게 많은 카드보단 내실이 있으면서 혜택이 강화된 카드를 원하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특수목적을 가진 PLCC 같은 ‘표적형 카드’가 사용 범위만 넓고 혜택은 적은 ‘범용성 카드’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카드사·거대 유통업체 ‘특화 카드’ 경쟁 돌입
입력 2019-08-05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