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여행에서 본 ‘별별 춤’ 소개합니다

입력 2019-08-04 22:28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춤추는 세계’의 저자 허유미씨. 허씨는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을 춘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휴가철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여행서부터 뒤적이게 된다. 하지만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다. 명승지나 유적지 탐방을 내세웠거나 식도락의 세계로 유혹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서점가에 이색적인 여행기가 등장했으니, 바로 ‘춤추는 세계’(브릭스)다.

‘춤추는 세계’는 흥미진진한 여행의 기록 위에 다채로운 지구촌의 ‘별별 춤’을 소개한 작품이다. 책을 펴낸 주인공은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허유미(44)씨. 부산예고를 나와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허씨는 ‘창작춤집단 가관’ ‘라트어린이극장’ 등에서 활동했다. ‘춤추는 세계’는 그가 펴낸 첫 책으로 약 20년간 세계 곳곳에서 보고 느낀 춤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허씨는 “무용계에서 ‘비주류’ 안무가였기에 여행 다닐 시간을 틈틈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스스로 ‘비주류’라고 말한 건 ‘주류 무용계’라고 할 수 있는 직업무용단이나 대학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뜻. 그는 “유일무이한 책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이 책엔 지구촌의 변방에 존재하는 춤이 많이 등장한다.

“그동안 국내에 미술 음악 문학 등을 다룬 기행집은 많았지만 ‘세계 춤 기행’은 거의 나온 적이 없었어요. 참고할 만한 기행집이 없어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고민이 많았죠. 결국 여행 에피소드에 춤과 관련된 내용을 다채롭게 섞어서 책을 쓰게 됐어요.”

한국을 포함해 알바니아 인도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 세계 10개국에서 만난 춤 11개와 관련된 이야기가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책장 곳곳에 주석처럼 달린 56개의 QR코드. 책을 읽다가 이 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해당 페이지에 등장한 춤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허씨는 “무용서가 인기가 없는 건 글만 봐서는 춤의 형태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춤추는 세계’는 무용서에 QR코드를 넣은 첫 사례일 것”이라며 소개했다.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많은 이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외국에 가면 현지 민속춤을 관람할 기회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춤을 감상할 때 ‘포인트’가 될 만한 건 무엇일까. “일단 그 지역의 정서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 춤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을 살펴야 합니다. ‘왜 저렇게 출까’ ‘무엇을 표현하려는 걸까’ 생각하면서 춤을 감상하면 재밌을 거예요.”

허씨는 “춤은 어려운 예술이 아니며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책 첫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순간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몸짓으로 춤추고 있을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이 걸어가는 새로운 길의 무궁무진한 즐거움이 내 지겨운 일상을 압도한다. … 좀 더 보편적인 시각에서 세상 별별 춤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싶다. 그것은 결국 세계를 폭넓게 인식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