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이후 최악… 문 대통령 “지지 않고 상응 조치”

입력 2019-08-03 04:0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일본 수출보복 대응을 위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에 따라 벌어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일 관계가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않을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본격 시행되는 오는 28일까지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재검토하는 등 가능한 모든 대응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화이트리스트란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제품을 수출할 경우에도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수출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2004년 첫 지정)을 포함해 27개국을 우방국으로 보고,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규정해 포괄적 허가제를 적용해 왔다. 일본의 결정으로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매번 수출 때마다 개별적으로 심사를 받는 개별허가제로 전환된다. 목재와 식품을 제외한 1194개 품목을 수출할 경우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각의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을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호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이례적으로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 보복”이라며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미래 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방안들을 갖고 있다.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의 도전을 기회로 여긴다면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믿고 함께 단합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는다”며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지난달 두 차례 우리 측 고위급 인사를 일본에 파견했지만 일본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비상대응체체를 이어가며 대응 카드를 검토할 방침이다. 지소미아 재검토가 유력히 거론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