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치와 관련해 맞대응 카드로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뤄지는 1194개 전략물자 가운데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 방침도 밝혔다.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관련한 대기업(수요)과 중소기업(공급) 간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이런 대책들을 통해 향후 장기화될지 모를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적극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며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에서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바세나르체제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29개국을 ‘가 지역’으로 분류, 전략물자 수출 시 심사기간 단축 등 허가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 ‘가 지역’인 일본을 신설하는 ‘다 지역’에 포함시켜 절차를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여론전과 동시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 등 ‘투트랙’으로 대응키로 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WTO 규범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조치인 만큼 WTO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국제기구 등에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피해 등을 알려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일본 조치로 인한 피해 기업 구제책도 발표했다. 수출 규제 관련 품목 반입 시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해 신속히 통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서류제출 및 검사 등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집중관리품목으로 지정한 159개 전략물자에 대해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피해 기업들에 대한 국세 납기 연장과 징수 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제공 등 세제지원도 대폭 확대했다. 관세에 대해서도 납기 연장과 분할납부를 가능하게 하고 관세조사 유예 등을 약속했다. 또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보증 만기연장도 추진하고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중·장기 대책으로 부품·소재·장비 국산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우선 소재·부품 부족분을 대체하기 위한 생산설비 신설, 증설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에 한해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 허가와 재량근로제 활용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이상헌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