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방사포 시험사격”, 군은 “탄도 미사일”… 오판 논란

입력 2019-08-02 04:05
북한이 지난 31일 발사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사진이다. 발사대를 모자이크(원)로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31일 발사한 것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1일 밝혔다. 사격 사진도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 당국은 지난 25일 북한이 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KN-23)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거두지 않았다. 북한 발표와 우리 측 평가가 엇갈리면서 군의 대북 정보 수집·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월 31일 새로 개발한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직접 방사포라고 발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사격을 참관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 조선중앙TV는 유도탄이 화염을 뿜으며 날아가는 모습, 김 위원장이 현장 지휘소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다만 사진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발사관 개수와 TEL 형태 등 제원을 감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확한 제원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400㎜ 신형 방사포로 추정된다.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는 북한 발표와 사진 공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25일 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지난 31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 당국의 평가에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Multiple rocket launcher)의 북한식 표현이다. 북한은 300㎜ 방사포를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2015년 10월 10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기존 300㎜보다 하단쪽 직경이 굵어진 400㎜ 방사포를 이번에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WS-2 다연장 로켓과 유사한 400㎜ 방사포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WS-2를 기반으로 북한이 새로운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며 “기존 300㎜ 방사포와 비교해 사거리를 늘리면서도 파괴력과 정확도를 높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창욱 한국군사문제네트워크 대표는 “방사포는 통상 고도 30㎞, 사거리 200㎞였는데, 31일에 쏜 게 250㎞ 정도 날아갔다고 하니 추진체를 좀 더 보완해 사격한 것 같다”며 “조종 방사포라는 표현을 보면 유도능력을 향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사포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12~20발의 포탄을 장착할 수 있다. 이 포탄이 동시에 목표물로 향한다면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200㎞이던 사거리도 이번에 250㎞ 정도로 늘어 휴전선을 맞댄 한국에 더욱 위협적인 무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섣부르게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한 군의 정보력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사실상 우리 군의 탐지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며 “군이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성급하게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정의했다가 꼬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달 중 또다시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력 개선 및 시위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북·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 무기체계 개선 활동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