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전 제안에도… 미국 중재에도… ‘파국’ 고집하는 일본

입력 2019-08-02 04:02

극적 반전을 기대했던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양국은 전면적인 충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갈등 상황을 파국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한국 정부는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자고 계속 요구했지만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우리는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 측 제안을 수용했으나 일본은 이 제안마저 걷어찬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인적교류 제한과 같은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 간에는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본 측에)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휴전’의 시간을 갖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외면했다. 고노 외무상은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이 ‘중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노력에도 일본이 좀처럼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무위로 끝난 것에 대해 “미국의 설득 노력에도 일본이 완고하고 강경해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2일 오후 개최 예정인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돌파구 마련은 힘들어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태국과의 외교장관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중요한 관계”라며 “두 나라 사이에 최근 수주간 발생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 차관은 외통위 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보복 조치의 전부인가’라는 의원 질의에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모두 리스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적교류에 관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인적교류를 제한한다면 심각한 조치”라며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비자를 까다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언론에서 본 적이 있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맞서는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GSOMIA를 파기할 경우 한·일 모두와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 정부는 GSOMIA 이외에도 일본의 보복 조치에 맞대응할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양국이 보복과 맞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며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콕=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