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확대 조짐 ‘설상가상’… 재계 “뾰족수 없다” 초비상

입력 2019-08-02 04:04

재계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지난 한 달간 최대한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로키’(Low-key·절제된 기조) 전략을 취하며 동분서주했지만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수출 규제 영향이 3분기 내에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규제 품목 확대까지 예상돼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7월 한 달간 일본에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업체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1일 “아직까진 재고가 있어서 당장 생산라인이 멈추거나 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대안을 열심히 찾고 있지만, 수출규제 조치가 빨리 끝나는 게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반도체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 불화수소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5개월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두 달 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수출 규제가 계속될 경우 영향이 본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고위층까지 발벗고 나서 대체 소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규제 조치 일주일 만에 일본을 찾아 사태 수습에 나섰고, SK하이닉스는 김동섭 대외총괄사장에 이어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이 차례로 일본 현지 업체를 방문했다. 사업부, 구매부서 임직원들은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대체재 확보에 애썼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소재 국산화, 다변화 등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불화수소는 국내 기업 제품 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의 불화수소를 쓸 때보다 수율이 떨어지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자외선(EUV) 공정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말고 수급처가 마땅치 않아 단기간에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에선 당장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돼 수출규제 품목이 늘어나더라도 수급 다변화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태 초기부터 업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이달 초부터 “이번 사안은 정치·외교적 문제”라며 “기업들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무역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김준엽 최예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