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책금리를 내리면서도 공격적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던 통화 당국은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경기부양용 통화 완화 기조를 밝힌 당국이 속도 조절을 할 경우 ‘10월 인하설’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미 FOMC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연 2.00~2.25%로 종전보다 0.25% 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조정폭은 시장이 기대한 0.50% 포인트에 못 미쳤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장기적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고 못 박으면서 금융시장은 출렁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했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가 “중간 사이클(주기) 조정”이라며 ‘보험적 성격’이 강함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1일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파월의 발언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이 0.50% 포인트까지 내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파월 의장이 ‘중간 조정’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예상보다는 덜 완화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이 정책금리를 꾸준히 올리거나 내리는 식으로 대응해온 만큼 한은도 이번을 기점으로 연쇄 인하를 예상했었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이 금리 인하에 뜸을 들이면 추가 인하를 고려하는 한은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 격차가 벌어질수록 투자자금을 국내로 유인하거나 묶어두기가 더 어려워진다.
당국은 여전히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은은 미 금리 동향보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는 국내 상황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연준의 기조를) 우리 금리의 추가 인하와 곧바로 연결시킬 수 없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 포인트 내린 2.2%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시기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이달 30일, 10월 17일, 11월 29일이다. 당장은 7월 인하 효과와 대내외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성장률에 기여하려면 선제 조치가 필요한데, 시장은 연말에 가까운 11월보다는 10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