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쓴소리 계속되자… 황교안 “지도부 흔들기, 용납 않겠다”

입력 2019-08-02 04:0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안보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황 대표는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한마디로 동네북이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이 도로 친박근혜(친박)당이 됐다’는 내부 비판에 대해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 이기적 정치 행위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당의 주요 보직을 친박계 인사들이 독식한다고 비박계 의원들이 반발하자 리더십 위기를 느낀 황 대표가 직접 칼을 빼들어 단속에 나선 것이다.

황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머릿속에는 친박, 비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당이 아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올바른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없이 지도부를 흔들고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총선을 망치고 나라를 이 정권에 갖다 바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그러한 해당 행위를 용납하기 어렵다”며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 행위에 대해서 때가 되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신상(信賞)하고 필벌(必罰)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계파 논란에 대해 말을 아껴온 황 대표가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데에는 일부 비박계 의원들의 견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세연·김용태·김학용·장제원 등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 의원들은 “당의 주요 보직을 친박 의원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비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직을 맡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까지 친박당이라며 흠집을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차원에서 대표가 준비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를 향한 당 내부의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당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올 연말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박 프레임 강화가 중도층 확대 실패, 수도권 필패론과 맞닿아 있는 만큼 황 대표가 리더십 회복 차원에서 논란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을 수도 있다. 지난 30일 휴가 중이던 황 대표는 기자들과 예정에도 없던 오찬을 하며 친박 논란에 관해 해명하기도 했다.

비박계 의원들의 쓴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김용태 의원은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배를 버리고 볼일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에서 황 대표가 과감하게 계파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정부 비판을 잘한다고 한국당이 잘될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