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기도… 그리고 거듭나기

입력 2019-08-05 20:06
대형병원 예배실을 찾은 한 환자가 십자가 아래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리는 모습. 국민일보DB

유대전통에서 찾은 안식실천 방법
머드하우스 안식/로렌 위너/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안식’(sabbath)을 다룬 책은 많다. ‘안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만 3권이다. 그중 아브라함 헤셸의 책(복있는사람 역간)과 마르바 던의 책(IVP 역간)은 고전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안식을 주된 테마로 삼는 책으로 ‘안식의 평화’(죠이북스), ‘즐겁게 안식할 날’(IVP),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등이 있다.

안식과 관련한 책이 많은 것은 성경이 안식을 비중 있게 다루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안식이 힘든 사회를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아브라함 헤셸은 ‘안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식일은 평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일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다.” 안식일은 단순히 노동의 효율을 위해 평일을 보내다가 쉬는 날이 아니다. 하나님은 안식일을 복되고 거룩한 날로 지정하셨다(창 2:2). 어쩌면 평일은 안식일을 준비하는 날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안식일을 복되고 거룩하게 지키려면 평일의 일상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주목하게 된다.

‘머드하우스 안식’(복있는사람)은 작가 로렌 위너가 유대교인이었다가 기독교인이 된 지 거의 7년이 지난 시점에 썼다. 듀크대학교 교수로도 활동해 온 저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유대인 아버지와 남침례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 신입생 시절 정통 유대교인으로 개종했 다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기독교로 회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과거에 유대교 전통의식을 실천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무겁지도 학술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안식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가 살아가는 평일의 일상을 어떻게 영적 실천으로 가꿀 것인지 살핀다. 총 11가지 유대교 전통의식 ‘안식일’, ‘합당한 음식’, ‘애도’, ‘환대’, ‘기도’, ‘몸’, ‘금식’, ‘노화’, ‘촛불 켜기’, ‘결혼’, ‘문설주’를 다룬다. 유대교 전통의식을 소개하는데, 이를 그대로 지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의식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기독교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야기한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샤밧) 전에 안식일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안식일에는 많은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창조 후에 쉬셨던 것처럼, 금지의 핵심은 ‘창조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을 미리 조리해야 하고, 집안도 정돈하고 초도 켜야 한다. 유대교의 안식일은 마법처럼 찾아온다. “노동과 세상의 리듬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그것과 온전히 구별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샤밧의 목적, 샤밧의 지향점은 하나님이라고 하는 의식이다.”

저자는 기독교인의 안식일인 주일은 하나님의 창조 후 쉼을 기념하는 것과 더불어 그리스도의 부활도 기념한다고 상기한다. 그러면서 소박한 실천을 언급한다. 저자는 주일 성경 공부 시간을 예배가 끝나고 나서 애매하게 돌아오는 오후 5시로 잡아, 그사이에 일을 하지 않고 나름의 방식대로 안식일을 지킨다. 머드하우스 커피숍에서 쉬거나 교인들을 심방한다. 유대교 안식일이 보여 주는 ‘단절’까지는 아니어도, ‘안식’을 위한 실천을 보여 준다.

이처럼 유대교 의식을 설명한 뒤 절충안을 찾고 ‘기독교에 이렇게 적용하면 어떨까’ 제안하기도 하고, 실행해 보기도 한다. ‘애도’의 경우, 유대교는 애도를 훈련으로 이해하고, 공동체가 애도의 의무를 진다. 며칠간 장례를 같이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별 후 첫 번째 주간과 한 달간 진행하는 의식, 일 년 동안의 의식이 다르다. 이 책은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을 돕는 ‘의식’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살펴볼 지점은 이외에도 많다. 유대교에서는 ‘금식’이 당연시된다. 대금식/소금식을 구별해 지킨다. ‘환대’가 금식을 비롯한 다른 영적 훈련보다 중요하다고 해석한 랍비들도 있었다. 이들은 환대하고 함께 식사하기 위해서라면 금식을 중단해도 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통찰이다. 풀러신학교 전 총장 리처드 마우는 이 책 추천사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끊을 수 없는 연대성”을 언급하는데, ‘연대성’에 주목해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일상을 변화시키는 친절한 가이드 북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크레이그 바르톨로뮤/송동민 옮김/이레서원



기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기독교인은 없을 것이다. 기독교인 중에서 오로지 ‘기도’라는 키워드만으로 성경을 읽어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이레서원)은 ‘기도’로 누가복음을 읽는다. 전체 내러티브를 개괄하고, 누가의 기도 신학을 살핀다.

이 책은 캐나다 리디머대학에서 철학·종교·신학을 가르치는 크레이그 바르톨로뮤가 썼다. 저자는 누가복음이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난다는 점에 주목한다. 누가복음은 예수님이 중대하게 기도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일곱(성경에서 완전함, 충만함을 상징하는 숫자) 차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예수님의 삶과 사역에서 기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명한다.

누가복음이 보여 주는 기도에 대한 강조는, 누가복음의 속편인 사도행전으로도 이어진다. 누가복음-사도행전에서 기도는 선교 운동에 동참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길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누가복음을 중심으로 성경 텍스트를 해설하면서 기도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서 핵심이며, 기도가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도의 심장: 누가복음’은 이레서원에서 꾸준히 출간 중인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 6번째 책이다. “하나님 말씀은 변화시킨다”는 명제에서 착안했다. 이 시리즈는 성경 각 권의 주요 주제를 정리해 다룬다. ‘하나님께 소리치고 싶을 때: 욥기’, ‘왕을 버리다: 사사기’, ‘함께 세상으로: 사도행전’ 같은 식이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통찰을 주고, 보다 쉽게 성경을 연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해하기 쉬운 주제별 성경 연구 시리즈”인 셈이다.

책은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다. 130쪽 분량에 11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은 10~15쪽 정도 할애된다. 한 장씩 끝날 때마다 ‘읽어 볼 글들’과 ‘생각해 볼 질문’이 주어진다. 성경 공부용, 소그룹 나눔용으로 용이하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