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일단이 1일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배제 등과 관련해 일본과 원론적인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모았던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면담은 일본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불발됐다.
방일단은 이날 오후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방일단장인 서청원 의원 등은 전날 자민당 소속의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양쪽이 확인한 한·일 의원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일 양국 의원단이 현재 양국 관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위축되고 있는 학생, 스포츠·문화 교류가 중단되지 않도록 양국 의원단이 각국 정부와 지자체에 양국의 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일 의원 간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의원들은 양국 정부의 외교적 합의 등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촉구했으나 일본 의원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에는 일본 자민당이 방일단과의 면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민당이 지난 31일 오후 5시 예정돼 있던 회동을 30분 전에 연기한 지 6시간 만이었다. 자민당은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당내 긴급회의 개최를 회동 취소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방일단은 즉각 외교적 결례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속을 두 번이나 바꾸는 게 어디 있느냐고 (자민당 측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취소 통보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의중이 반영됐고 당에 함구령을 내린 것”이라며 “니카이 간사장은 친한파다. 2인자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베 총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특히 회동을 다시 추진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거지냐”며 “구걸 외교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국민) 뜻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방일단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확정돼 (방일단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