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 제외” 일 강경 발언 릴레이… 미국 심기엔 촉각

입력 2019-08-02 04:06

일본이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對)한국 수출규제 이후 ‘2차 경제보복’ 수순이다. 정치·외교 문제에 경제보복을 동원해선 안 된다는 자유무역 규범에 위배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추가 보복 시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까지 고려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미국의 중재를 일본이 거부할 것인지 주목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고 일본 NHK방송과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한·일 외교장관의 만남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이후 처음이다.

고노 외무상은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는 ‘안전보장’ 차원이라는 기존의 일본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고노 외무상이 일본의 기존 입장을 한국 측에 확실히 전달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 당국자들의 막바지 해결 노력이 진행됐지만 일본 곳곳에선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해야 한다는 기조의 발언이 이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아마리 아키라 일본 자민당 선대위원장은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100%’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날 위성방송 BS-TBS에 출연해 “화이트국가는 특별 대우를 받는 국가로 아시아에서는 한국만 백색국가 지위를 부여받았다. 특별한 취급을 받아온 나라에서 보통국가로 되돌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아마리 선대위원장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설계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아베 총리도 한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익과 엄중한 국제정세 등을 거론하며 대한국 강경기조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자민당 중·참의원 의원총회에서 “엄중함이 증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켜나가 헌법 개정 등을 한 몸이 돼 다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안보 명목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한·일 갈등이 증폭하는 상황에서 국익을 언급하며 본인의 숙원인 개헌까지 연결한 것이다.

변수는 미국이다. 미국은 일본의 추가 보복에 반발한 한국이 GSOMIA를 파기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중국·러시아의 패권 도전에 대응할 한·미·일 안보협력에 균열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려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강행할 경우 미국이 일본에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지금까지는 ‘한국 측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아베 정권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강행한다면 ‘일본도 나쁘다’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가 즉각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각의가 2일 이를 결정해 공표하면 21일 후에 발효된다. GSOMIA 연장 시한인 24일과 거의 같은 시기인 셈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