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2015년(2~11월) 이후 최장 저물가다. 지난해보다 기후와 유가가 안정돼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등이 하락한 까닭이다. 무상급식,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정부의 가계비 경감 대책 또한 공급 측 가격 상승을 누르고 있다. 저물가가 지속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발생한다. ‘수요 급감→가격 하락→생산 위축→경제 공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상황은 공급 측 문제가 있어서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실생활과 밀접한 ‘체감 물가’가 낮았다. 지난해 폭염 등에 따라 가격이 올랐던 농축수산물은 올해 0.3% 하락했다. 채소류는 전년 대비 6.4% 가격이 내려갔다. 국제 유가 안정으로 석유류 가격은 5.9% 하락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매매가 줄면서 집세는 0.2% 떨어졌다. 이는 2006년 2월(-0.2%)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로 인해 구매 빈도가 높은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0.4% 감소했다.
정부 정책도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공급 측 가격 상승 요인을 막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수도·가스요금, 의료비, 통신비, 교육비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한다. 소비자물가지수 조사대상 품목 460개 중 관리 물가 대상은 40개로 추정된다. 지난달에도 무상급식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으로 학교급식비(-41.5%), 병원검사료(-7.3%)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
물가가 낮다는 건 상품 가격이 그만큼 덜 올랐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다. 다만 전체 경제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경제 주체가 지갑을 열지 않자 상품 가격이 하락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가격 하락은 생산 위축을 부르고 고용 감소와 임금 하락에 이어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디플레이션’이다.
그러나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연일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상황은 수요 뿐만 아니라 공급 측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비 경감 대책 효과가 줄면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일부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자 전기·수도·가스비는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상황은 저물가가 지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이다”며 “총체적 수요 감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고 기후변화와 석유류 (유류세) 인하 등 외부요인, 집세와 공공서비스의 정책적인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물가 상승률 7개월째 ‘0%대’… 정부 “디스인플레이션”
입력 2019-08-01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