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빠진 ‘유벤투스 답장’… 팬들 “금전·정신적 피해” 진실 규명 요구

입력 2019-08-02 04:06
‘호날두 사태 소송카페’ 회원들이 1일 서울 강남구 더페스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페스타 측에 계약 내용 공개와 입장권 전액 환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호날두 노쇼’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결장과 관련한 항의 서한을 보내자 이탈리아 유벤투스측이 오히려 “잘못한 일이 없다”며 적반하장식 답변을 내놨다. 자칫 진실공방이라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마저 나오고 있다. 연맹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재반박했고 ‘호날두 노쇼’ 소송인단은 친선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연맹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사태의 핵심은 유벤투스가 계약사항으로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을 보장했지만 실제로 1분도 뛰지 않은 점에 있다”며 “유벤투스는 답신에서 사과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후안무치에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지난 26일 유벤투스와 팀 K리그 간 친선경기에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점, 킥오프 시간 지연과 경기 시간 축소 요구 등의 문제점에 대한 항의 서한을 지난 29일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세리에A 사무국에 발송했다. 유벤투스는 최근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 명의로 답신을 보냈다.

유벤투스는 우선 “호날두의 결장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구단 의무진의 의견에 따랐다. 호날두를 제외하고 모두 출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많은 관중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좋은 경기를 선보였기에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연맹의 항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계약 위반으로 주장된 사항들에 대해 구단 법무진이 대응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도 내비쳤다.

유벤투스는 또 경기장 지각 사태는 연맹 측이 협조하지 않아서 발생했고 당초 27일 경기를 하루 앞당긴 것도 연맹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에 연맹은 “유벤투스 선수단의 입국심사가 26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확인됐다. 연맹은 오후 6시30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선수단이 호텔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6시15분이었다”고 반박했다. 경기 날짜 변동에 대해 연맹은 “27일 K리그2 경기 때문에 날짜를 하루 앞당긴 것은 맞다”면서도 “계약 전 미팅 당시 유벤투스 관계자는 수많은 해외투어 경험과 구단 전세기 이용을 거론하며 당일치기 일정도 괜찮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회원들을 대리해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게 된 김민기 변호사가 더페스타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모습. 김지훈 기자

한편 연맹은 전날 더페스타에 위약금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청구 내용에는 호날두의 결장과 팬 사인회 불참을 포함한 사항 등이 담겼으며 위약금은 각 사항 당 1억원 가량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도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네이버 ‘호날두 사태 소송카페’ 운영진과 법률대리인단은 1일 서울 강남구 더페스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최사는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과와 입장권 전액을 환불하라”고 요구했다.

카페 측은 “더페스타는 호날두에 대한 팬심을 이용해 통상 가격보다 고가의 관람료를 책정했고 ‘호날두 45분 출전’이라는 내용으로 직간접적인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카페 측은 팬 2명이 지난 29일 인천지법에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한 뒤 “피해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소송 위임 신청을 받아 2, 3차 집단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맹이나 유벤투스에 대한 추가 소송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더페스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