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가 있다. 치료는 그의 고통을 연장할 뿐이다. 이때 의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드라마 ‘의사요한’(SBS·사진)은 이 무거운 질문으로 첫발을 내디딘다. 존엄사에 관한 얘기다.
주인공은 통증의학과 천재 의사 차요한(지성). 환자를 누구보다 아꼈던 그는 3년 전 한 말기 암 환자를 죽였다. 고문이 돼버린 치료를 끝내 환자를 고통에서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 그가 살인죄로 복역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난달 19일 첫 전파를 탄 후 단 2회 만에 10%(닐슨코리아) 시청률 고지를 넘겼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는 뭘까. 환자를 살리는 게 아닌 죽음을 둘러싼 의사들의 이야기라는 신선함이 이목을 끌었고, 메디컬 장르의 무거움을 줄이면서도 주제 의식을 깊게 담아낸 연출의 섬세함이 시선을 붙들었다.
극은 정통 의학 드라마와 달리 판타지 톤을 얼마간 가져간다. 차요한은 증상만으로 희귀 병명을 알아내는가 하면 수술 등 치료 과정도 과감히 건너뛴다. 대신 차요한과 레지던트 강시영(이세영)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건 의사윤리와 생명의 가치에 관한 그들의 생각이다. “의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는 요한의 대사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그만큼 지성에게 온전히 기대는 극이다. ‘뉴하트’(MBC·2007)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의사 가운을 입은 그는 의사 역할과 본인이 만났을 때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그는 뉴하트 때보다 한층 완숙해진 연기를 바탕으로 비현실적 의사의 모습에 단단한 현실성을 불어 넣는다. 상대역 이세영도 괄목할 만한데, 전작 ‘왕이 된 남자’(tvN) 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호흡을 선보인다.
지난 2월 SBS가 주 52시간 트렌드에 발맞춰 도입한 금토 드라마라는 공격적 편성도 젊은 층을 붙잡는 데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의 몰입감을 끝까지 이어간다면, 그간의 메디컬 드라마와는 다르게 삶과 죽음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 극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