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지난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를 1일(현지시간)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약속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이번 안보리 회의 소집에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미국이 안보리 회의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미 대화 국면이 시작된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관련 논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문제가 논의되기는 했지만 미사일이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북한 미사일 문제만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다. 매달 새로 바뀌는 안보리 의장국이 안보리에서 비공개 회의를 통해 한 달 동안의 이슈를 토의하는데, 북한 미사일 관련 논의는 ‘기타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8월 안보리 의장국은 폴란드다.
이런 상황에서 볼턴 보좌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미사일의 발사는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계속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하겠다는 신호로 보여진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을 비판하자니 북·미 대화의 끈이 끊길 우려가 있고, 이번에도 북한을 감싸자니 미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고조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10여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으나 관련 내용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감싸기를 계속할지, 아니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