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빛나는 호투로 ‘쿠어스필드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비록 타자들의 빈타로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특유의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한 달여 전 최악 투구로 패했던 기억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도 더욱 높였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선보였다. 평균자책점을 1.74에서 1.66으로 낮춘 류현진은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해 승패 없이 등판을 마쳤다. 다저스는 뒤늦게 9회 초 5점을 뽑아내며 5대 1로 승리했다.
류현진에게 쿠어스필드는 악몽 그 자체다. 2013년 데뷔 이후 이 구장에 5번 등판해 1승 4패에 평균자책점은 9.15나 됐다. 두 차례 이상 등판한 장소로는 가장 평균자책점이 나쁜 곳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류현진은 6월 29일 이곳에서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최다 실점의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두 번 연속 당하지 않았다. 절묘한 제구력으로 콜로라도 타선을 꽁꽁 묶었다. 특히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의 승부도 이겨냈다. 아레나도는 전날까지 류현진을 상대로 통산 23타수 14안타(2홈런) 10타점으로 타율 6할(0.609)을 기록 중일 정도로 초강세를 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아레나도를 땅볼 2개와 뜬공 1개로 돌려세웠다.
영리한 투구 패턴이 주효했다. 류현진은 이날 커터(27개·33.8%)와 체인지업(23개·28.8%)을 주로 던졌다. 지난 6월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가장 많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28개·34.6%)의 비중은 13.8%(11개)로 낮췄다. 해발 1610m에 위치해 장타가 잘 나오는 경기장 특성을 고려한 땅볼 유도형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왔고 이것이 통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체인지업과 커터의 감각이 아주 좋았다. 상대 타자들은 강한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커터라기 보다는 슬라이더였다”며 “스피드가 커터보다 느리면서 각도가 큰 구종을 예전부터 던지고 싶었는데 오늘 잘 통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후반기 최대 고비처를 넘김에 따라 류현진은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유력한 경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가운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유일한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