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8월 4일] 항아리가 빌 때

입력 2019-08-02 20:16

찬송 : ‘전능하신 주 하나님’ 377장(통 451장)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요한복음 2장 1~11절

말씀 : 예수님 당시 결혼식은 5~7일간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 자리에 초대받으면 뷔페 식권을 받는 우리나라 하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선물을 마련해야 합당할 것입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형편이 어려운 경우 결혼선물을 외상으로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답니다. ‘미쉬나’라는 유대 문헌은 외상으로 준 선물을 나중에 실제로 주지 않으면 신랑 측이 법정에서 이를 청구할 권리를 언급합니다. 며칠 대접받았으면 이에 대해 합당한 답례를 해야지 먹고만 가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서 본문은 그 반대 이야기입니다. 하객이 합당한 선물을 준비해 갔는데 잔칫집에 가장 중요한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이 본문을 보며 본문의 신랑과 신부, 하객이 바로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인생의 포도주 항아리가 바닥을 드러냅니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인생의 ‘기쁨 항아리’가 빌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늘 본문 속에서 길을 한 번 찾아봅시다.

본문에서는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그는 아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므로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말합니다.(3절)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던 포도주 항아리가 동이 날 때 먼저 마리아 같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라면 뭔가 하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쭙는 믿음입니다. 이어 하인들이 등장합니다. 마리아는 이들에게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5절)고 부탁합니다. 하인들이 여섯 개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잔치는 이어집니다. 믿는 마리아와 행동하는 하인이 우리 안에 있어야 하겠습니다.

꽤 오래전 영국 케임브리지대 종교학 전공의 학기말 시험에 본문에 대한 주관식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학생들이 2시간 동안 답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이 내포하는 종교적·영적 의미를 서술하라.” 다들 열심히 자기 생각을 적는데 한 학생이 창밖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2시간이 다 돼 갈 때쯤 시험관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1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뭐라도 쓰게.” 그제야 학생은 펜을 집어 들어 한 문장을 썼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수줍어 붉어졌다.”(The water met its Master and blushed) 이 멋진 문장으로 A 학점을 받은 학생은 훗날 영국 낭만주의를 주도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입니다.

우리 주님은 반전의 하나님이십니다. 인생의 포도주 항아리가 비는 상황은 하늘의 능력과 기쁨으로 채울 기회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면 물도 얼굴이 붉어지고 거친 파도도 양순해지며 죽은 나사로도 살아납니다. 그 예수님이 지금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성경이 왜 기록됐겠습니까. 우리 인생 가운데서도 주님은 말씀하길 원하십니다. 주님께 마음 문을 열고 위대한 것을 인내하며 기대하기 바랍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는 아무리 행복한 순간을 붙잡아 두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때로 건강이나 대인관계, 직장이나 사업 때문에 우리의 항아리는 자주 비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을 주님께 마음 문 여는 기회로 삼도록 도와주옵소서. 우리의 빈 그릇을 하늘의 신령한 것으로 채우는 기회로 삼도록 저희의 믿음을 도우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김효종 목사(안성 예수사랑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