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홍콩 대신 선전을 개혁·개방의 특별지위를 갖는 글로벌 혁신도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전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웨강아오다완취 발전계획의 중심 도시이자 홍콩의 대항마로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위원장인 중앙전면심회개혁위원회는 지난주 선전에 대해 과감한 개혁·개방을 수행할 수 있는 특별지위를 부여하는 지침을 승인했으며, 이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시범지역’으로 홍보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이는 웨강아오다완취에서 선전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신호이며, 중국 정부의 지역발전 전략에서 홍콩을 벗어나 본토 도시로의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장옌성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선전이 혁신과 사회주의를 혼합한 실험을 하기를 원한다”며 “선전시범구는 기술과 혁신 발전이 사회주의와 양립하고, 개방의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가는 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베이항대 법학과 톈페이룽 교수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정책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다완취의 중심을 본토로 옮기려는 강한 동기를 갖고 있다”며 “다완취 지역의 개혁·개방 정책이 홍콩 대신 본토에 집중되면서 홍콩의 전통적 우위는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난카이대학의 리샤오빙 교수는 “홍콩이 금융중심지로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홍콩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 44명을 폭동 혐의로 무더기 기소키로 해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28일 도심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한 시위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폭동죄 적용 소식에 분노한 수백명의 홍콩 시민은 시위 참가자를 구금 중인 콰이청 경찰서와 틴수이와이 경찰서 등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를 폭동죄로 기소키로 한 것은 중국 중앙정부가 밝힌 대로 강경대응의 본격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 참가자에게 폭동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2016년 몽콕 사태 때도 시위 참가자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된 바 있다. 당시 노점상 단속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100여명이 부상했는데 경찰은 54명을 체포해 이 중 36명을 폭동죄로 기소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