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땐 무역합의 없어” 압박에도 상하이협상 ‘빈손’

입력 2019-08-01 04:02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왼쪽) 미 재무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가 31일 상하이 시자오빈관에서 기념촬영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자오빈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가 회담한 장소다. 세 사람은 전날 상하이의 유서깊은 랜드마크로 꼽히는 페어몬트피스 호텔에서 만찬회동을 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내년 대선까지 무역협상을 지연시킨다면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또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이 내년 대선에서 자신의 낙선을 기다린다면 오판이며, 재선한다면 협상 조건이 더욱 가혹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27년 만에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며 “중국은 우리 농산품 구매를 시작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28일 중국이 수백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으며, 그 물량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고 상무부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몇몇 중국 기업이 지난 19일 이후 대두와 면화, 돼지고기, 수수 등의 농산물 구매를 위해 가격을 문의했고 일부 농산물 구매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는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에 내미는 화해 제스처로 해석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그들의 문제다. 그들은 그냥 이행하지 않는다”며 “우리 팀이 지금 그들과 협상하고 있지만 그들은 항상 마지막에 그들의 이익을 위해 합의를 바꾼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졸린 조’(조 바이든 전 부통령)처럼 민주당의 융통성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당선되는지 지켜보려고 우리의 대선을 기다릴 것”이라며 “그러면 그들은 지난 30년간 그랬던 것처럼 대단한 합의를 만들어 미국을 계속 뜯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이 얻는 합의가 현재 협상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는 과거 지도자들이 결코 갖지 못한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에서 관세 형태로 수십억 달러를 받고 있다”며 “중국은 자신의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고, 관세를 지불하기 위해 그 시스템에 돈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나와 합의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며 “그러나 합의할지 말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중국에 달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대선 후까지 기다리며 트럼프가 패배하기를 기도하고 버락 오바마나 바이든, 과거 모든 대통령처럼 융통성 없는 사람과 합의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한 국가로서 (다른 나라의) 주머니를 털어왔다. 이것이 트럼프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된 탓인지 2개월여 만에 상하이에서 협상을 재개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은 31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는 9월 협상을 재개하는 데만 합의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은 전날 상하이에 도착해 류허 부총리와 중산 상무부장 등이 포함된 중국 협상단과 만찬을 한 뒤 이날 상하이 시자오(西郊)빈관에서 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시자오빈관은 1972년 미·중 관계 정상화를 천명한 상하이 공동성명이 발표된 장소다.

하지만 양측 협상단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예정됐던 사진 촬영을 오후 1시37분쯤 마쳤고, 협상 내용에 대한 공개 발언도 남기지 않았다. 구체적 성과는 없었으나 양측이 오는 9월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무역전쟁 격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