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불법이민 아동 격리 1년간 900여명

입력 2019-08-01 04:09
미국 법원이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 붙잡힌 부모를 자녀와 떼어놓는 조치를 금지했음에도 1년간 900명 넘는 아동이 격리수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동 5명 중 1명은 5세 미만의 영·유아로, 인권단체들은 격리 아동들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UL)은 30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 이민자 아동 격리의 허용기준을 밝혀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ACUL은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이 지난해 6월 28일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지 못하도록 판결한 뒤에도 지난달 29일까지 911명의 아동이 가족과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 중 678명은 부모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격리수용됐고 나머지는 가족관계 미증명, 부모의 전염성 질환 감염, 갱 활동 연루 등의 문제로 격리됐다. 이렇게 격리된 아이들은 평균 4개월 가까이 부모와 격리수용됐고, 20%는 5세 미만의 영·유아였다. 인권단체들은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질 경우 심리 불안으로 치명적인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지난 18일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서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조처는 “정책과 법원 명령에 따라 신중히 통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매일 1500∼3000명의 불법 이민자가 단속되지만,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경우는 1∼3건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5월 불법 이민자를 형사처벌하고 그 미성년 자녀는 격리수용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용소에 갇힌 채 부모를 찾아 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한 달 만에 철회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0일 밀입국 외국인과 자녀를 함께 수용토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이 부모와 격리된 아동 2700여명을 가족과 만나게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