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구약학자가 쓴 ‘욥기 해석서’다. 저자는 영국 더럼대에서 ‘욥기와 이사야서 간의 상호관계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스위스 취리히대와 로잔대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참여 중이다.
저자는 그간 한국교회 안팎에서 일반적으로 선포해온 욥기 해석에 근원적 의문을 던지며 논의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등 설교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은 욥기의 핵심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욥기를 42장에 걸쳐 인간의 고통과 하나님의 정의에 관한 치열한 논박이 담긴 책으로 바라본다. 하나님과 인간 모두에게 ‘경건한 자’로 인정받은 욥은 갑작스레 고난을 겪는다. 이방 민족의 습격과 자연재해로 모든 자녀와 재산을 잃었고 질병이 찾아왔으며 아내와 친구에게 조롱을 당한다. 기막힌 건 일시에 몰려온 고통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축복과 고난을 모두 하나님이 주관한다는 것만 직감적으로 파악할 뿐이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욥은 엄청난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며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가 겪는 재앙의 원인에 대해 끝까지 침묵한다. 이는 욥의 태도가 찬양에서 좌절로 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욥의 세 친구와 젊은 지혜자 엘리후는 그가 악하므로 고통받는 것이라 속단하고 정죄한다.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하나님은 철저히 권선징악적 존재며 고난으로 죄인을 징계하고 교훈하는 분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은 스스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말씀하며 욥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갈음한다. 광대한 우주를 통제하는 여호와의 권위를 설명하며 이에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욥이 말하던 ‘정의’와 친구들이 주창하던 ‘인과응보’의 원리는 절대자를 곡해하는 일종의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은 인간의 지식과 이해를 초월해 세상을 통제하는 자율적 존재며 인간은 그분의 결정을 판단할 자격이 없다는 게 욥기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욥이 하나님께 던진 신학적 질문이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니다. 주님은 인간사를 통제하는 존재이기에 고통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욥기는 세월호 참사 같은 우리 사회의 고통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판단이 아닌 위로, 심판이 아닌 연대의 자세로 교회가 고난 당한 이를 품을 때, 이들은 교회의 위로를 진심으로 받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