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BMW 화재사건 등 안전이슈 여파로 유럽차 브랜드 판매량이 흔들렸던 올해 상반기 일본차는 국내 시장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출 규제에 항의하는 시민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차의 7월 판매량은 30% 이상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관세청의 지난 1~20일 완성차 수입 현황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차 수입액(통관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3% 줄어든 46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들어 유니클로와 맥주 등 리테일 분야뿐 아니라 일본차 역시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각종 신차·중고차 차량구매 플랫폼에서도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 감소는 광범위하게 감지된다. 신차 비교견적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난 1~15일 일본 완성차 브랜드 유효견적(구매 상담까지 이어진 경우) 건수는 1374건으로 직전 동기(2341건) 대비 41% 감소했다. 캐딜락, 푸조, 랜드로버 등 타 수입차 유효견적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 중고차 매매 서비스를 운영하는 ‘헤이딜러’ 분석에서도 중고차 딜러들이 일본차를 입찰한 건수가 최근 한 달 사이 최대 30% 감소했다. 반면 일본차의 중고차 경매 출품 건수는 차종별로 최고 10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일본차 거부 분위기는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했던 상반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이 전년 대비 4.3% 감소한 가운데 수입차 판매량 역시 21.1%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유럽계 브랜드가 29.6% 급감한 반면 일본계 브랜드는 오히려 10.8% 증가하면서 유럽계 판매 부진의 반사이익을 일본차 브랜드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차는 이 기간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2만3850대를 판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19.5%로 1년 전보다 5.6% 포인트 끌어올렸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분쟁으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들어 일본의 대표적 흑자업종인 자동차 부문이 부메랑을 맞은 모양새다.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등으로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판매량 감소에 따른 타격은 심화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