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는 유다 백성이 바벨론에 사로잡혀 갔을 때 태어난 아이였다. 부모가 어렸을 때 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촌오빠의 손에서 자랐다. 나라는 망했고 부모는 돌아가시고 나이 많은 사촌 오빠의 손에 자라면서 에스더는 반항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반항할 수 있었다. 열등감을 갖고 세상을 비관하려면 얼마든지 비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에스더는 신앙 훈련 하나만은 철저히 받았던 것 같다.
에스더가 왕비가 된 후 하만은 유대인을 다 죽여도 된다는 왕의 허락을 받아낸다. 모르드개는 하만의 악한 계획이 아하수에로 왕을 통해 공표됐을 때 부모가 죽은 것처럼 자기 옷을 찢고 베옷을 입고 통곡을 하면서 왕궁 앞까지 왔다. 우리 생각엔 이런 공표가 집행되려면 아직 11개월이라는 기간이 남았기에 왕이나 하만에게 사정해 보다가 그래도 안 되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큰 시험을 당했을 때 사람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았고 즉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췄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교만을 꺾고 철저하게 겸손해지는 것만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 생각하고 하나님 앞에서 통곡하며 에스더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왕궁까지 왔다.
모르드개가 인간적인 방법을 모두 포기하고 베옷을 입고 통곡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번 일이 단순히 인간의 실수나 잘못이 아니라 악한 사탄과의 영적 전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으로 공표됐으므로 인간의 힘으론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모르드개는 이 세상에 많은 시험이 있는데 이런 큰 시험은 하나님만이 해결해 주실 수 있고, 하나님이 해결해 주지 않으시면 모두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응급상황일 때 모르드개는 왕의 조서가 반포되는 즉시 자기 체면이나 남들의 눈치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 앞에서 베옷을 입고 통곡하며 공개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모르드개의 이런 반응은 다른 이스라엘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그들도 애통해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사람 앞에서 비굴해지거나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이다. 보통은 사람 앞에서 비굴해지고 사정하는 것이 해결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해결해 주실지 안 해주실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음을 가진 성도들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낮아지는 방법을 택한다. 성도들은 어려움을 당한 즉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철저히 낮춰서 그동안 남아있던 교만과 위선을 다 회개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그 시험을 이길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또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다.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네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고 이 시대에 왕비가 된 이유가 바로 이 일 때문인지 모른다”고 했다. 이 시대에, 여기에서 태어나 사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에스더는 유다 민족의 위기와 모르드개의 도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자신 삶의 목적이 왕비로 호강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에스더는 ‘죽게 되면 죽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사람이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여성이, 그것도 왕비의 지위에 있는 여성이 그런 결심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담대했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신앙을 갖고 있었다. 이게 바로 하나님의 백성의 위대한 점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백성을 사랑해야 하는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아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내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무 도움이 안 될 때도 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랑해야 길이 열리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가 스스로 죽는 방법이다.
에스더는 이 시험을 이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합심기도라고 봤다. 에스더는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의지하기로 했는데, 하나님의 백성이 전부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실 것이라고 믿었다.
에스더가 금식 기도를 부탁한 것은, 우리가 모두 하나님 앞에서 죽은 목숨임을 인정하자는 뜻이었다. 이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자는 것이었다.
결국, 하만 자신이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준비한 높은 장대에 매달린다. 유대인을 죽이려 한 자들을 죽이라는 조서가 다시 나간다. 페르시아에 300만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고아로 자란 여자아이가 이 300만명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목적이 있다.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나만 살려고 하면 나 혼자만 죽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매우 험하고 힘든 길이 펼쳐져 있다. 끝까지 하나님과 함께하면 살길이 열릴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