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고 방언 은사도 받았다. 성가대 반주와 봉사로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삶은 신앙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교회 학생회 친구들과 자주 술도 마셨다. 그러다 4년제 대학에 떨어지고 춘천에 있는 전문대 간호과에 수석으로 합격한 뒤 오빠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머니가 ‘너, 교회 기숙사로 들어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 기숙사에서 생활했지만 오빠 같은 성실한 신앙생활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 외과 중환자실에 발령을 받았다. 경험도 없는 내가 소변줄과 콧줄을 차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사는 환자들을 돌보고 군인보다 서열이 더 무서운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근무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어느 날 밤 야간 근무를 하는데 50대 아주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어와 수술했지만 결국 그날 밤 사망했다. 의사의 사망 선언에 동의하지 않은 그의 남편은 그냥 뛰어나갔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들어와 “인생이 이런 거냐? 네가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내가 왜 그렇게 돈을 벌었겠니!” 하며 밤새도록 통곡하면서 난동을 부렸다. 그때 담당 간호사였던 내 충격은 너무 컸다.
사람은 모두 이렇게 죽는데 천국과 지옥, 하나님, 예수님, 이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정말 인생은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태신앙인 내게 그 모든 것들이 진짜라는 확신이 없었고 그때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모든 고민을 덮고 믿음이 성장하면 언젠가는 천국이 보일 것이라며 확신 없는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그때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날도 한 환자가 사망했는데 보호자들이 역시 사망 동의를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시체를 옮기지 못하고 격리실에 그대로 두었다. 여름날 상온에 그대로 둔 시체는 3일째 썩어가고 구더기가 나오며 냄새가 온 복도에 퍼졌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어느 새벽기도 중 하나님께서 ‘부활! 부활이 너에게 어떤 의미냐? 이것 하나로 충분하냐’고 물으셨다. 3일이 지나면 썩고 구더기까지 나오는 것을 직접 본 내게 예수님의 부활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순간 예수님의 부활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하나님이 주신 유일한 표적임이 너무 확실했다. ‘아!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구나! 이분이 나의 주인이시구나! 성경은 진짜고, 이분이 하신 모든 말씀이 사실이구나!’ 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주셨는데도 내가 주인 되어 이분을 믿지 않고 살아온 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죄임이 비치며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인생의 진짜 주인으로 모셨다.
예수님이 주인이 되니 하늘나라의 소망이 부어졌다. 천국과 지옥이 진짜임을 알게 되자 많은 환자를 그냥 보낸 것이 너무 후회되며 빨리 이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불같이 일었다. 지금 나는 작은 교회의 일꾼으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들을 섬기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될 때마다 지체들과 함께 노방전도를 나간다. 물론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열심히 복음을 전한다. 여느 날 중환자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친구가 ‘이 세상에서 천국 생활을 하는 너의 기쁨이 느껴진다’며 연락을 해서 그 친구를 만나 복음을 전했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신 예수님은 내 인생의 새 빛이다. 지금도 나는 중환자실에 근무하면서 생사를 오가는 수많은 환자를 만난다. 육체는 죽더라도 그들의 영혼을 살리라고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주셨다는 생각에 날마다 기쁨과 소망이 넘친다. 정성과 사랑으로 그들을 치료하며 반복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한다. 육체를 돌보는 것을 넘어 영혼을 살리는 간호사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내게 주신 이 사명 감당에 내 인생 모두를 드리리라 오늘도 다짐한다.
정은하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