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잔치’의 시대가 다시 열릴까.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눈앞에 두면서 금융시장은 미국이 얼마나 큰 폭으로, 몇 차례나 금리를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를 최소 0.25% 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금리 선물시장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확률을 100%로 내다본다. 금리 인하 폭은 0.25% 포인트일 가능성이 83%에 달했다. 금리를 0.50% 내릴 거란 관점도 17%나 된다. 미국의 금리 전환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파급력을 갖는다. 뉴욕타임스(NYT)는 “통화정책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연일 미 연준에 금리 인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 연준(Fed)은 아마도 아주 조금 금리를 내릴 것이다. (이는) 너무 나쁘다”는 글을 올렸다. 미 연준이 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는 걸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스 멕시코 대통령도 같은 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동참한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면서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일본은행은 30일 단기 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하면서 “(물가 수준이 훼손되면) 주저 없이 추가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내릴 금리가 없는데도 통화 완화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 인하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만의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보험’ 성격으로 금리를 내리는 미국에 비해 다른 나라가 누릴 긍정적 효과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지표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를 겪는 한국은 금리 인하에 따른 ‘증시 활성화’ 등의 온기가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미국 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된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나홀로 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