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이어 세계 3위 한국 전자산업, 반도체 뺀 대부분 분야 일본에 뒤져

입력 2019-07-31 04:05

한국 전자산업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 3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분야에서 여전히 일본에 뒤져 반도체 쏠림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30일 ‘세계 전자산업 주요국 생산 동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자산업 규모가 171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7173억 달러) 미국(2454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5년 전인 2013년(1111억7900만 달러)과 비교하면 53.3%나 늘어난 것으로, 순위도 일본(1194억 달러)을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섰다.

2013~2018년 연평균 증감률을 보면 일본은 -2.3%로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2.9%) 미국(1%) 대만(2.8%) 등 상위 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분야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분야다. 전자산업 중 전자부품의 비중은 2013년 58.5%에서 2018년 77.3%까지 증가했다. 생산액으로는 649억 달러에서 1322억 달러로 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간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무선통신은 21.4%에서 10%로 줄었다. 컴퓨터(7.8%) 가정용전자(1.5%) 제어기기(1.2%) 유선통신기기(0.8%) 사무기기(0.1%) 등도 10% 미만에 머물렀다.

이렇다 보니 전자부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일본에 뒤지는 게 현실이다. 컴퓨터, 사무기기, 제어기기, 의료기기, 유무선 통신기기, 가정용 전자제품 등에서 생산액 기준으로 일본은 여전히 우리보다 앞서 있다.

특히 중국,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공포 지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등 돌발변수에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전자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5G, 인공지능(AI) 등이 확산되면 반도체 수요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소재 수출 규제처럼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을 저해하려는 외부 공격은 계속 있을 것”이라면서 “소재 수급 다변화 등으로 외부 위협 요소를 줄이는 한편 반도체처럼 성공하는 새로운 산업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