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나에게 좋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해 나오는 음식점을 찾아갔을 때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특정 음식점에 대한 블로그나 SNS의 방문기에는 점주가 지불한 돈을 받고 올린 홍보성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글일수록 돈값을 하느라 그런지 길고 지루하다. 검색하는 여행객들도 이미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구좌읍 세화리는 읍 소재지로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구좌읍의 다운타운인 셈이다. 돼지고기 요리를 하는 음식점이 가장 많고 횟집, 통닭집, 해장국, 백반집 등이 있다. 구좌읍에는 농협은행이 있고 인근 주민 대부분이 이용하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자리 잡고 있다. 세화리를 비롯해 하도리, 상도리, 평대리 주민들은 모두 이곳에서 장을 본다. 오일장도 세화리에 있다.
제주도에 여행 온 관광객들은 회와 흑돼지를 찾는다. 회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광어나 도미 회는 육지에서도 많이 먹을 테니 고등어 회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세화리 C횟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수족관에 있던 고등어를 잡아 모양 좋게 썰어 내온다. 김과 상추를 내오고 톳,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정갈하게 다듬어 곁들인다. 김에 회 한 조각과 초밥을 놓고 해조류와 감칠맛 나는 소스를 얹어 먹으면 육지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포장도 깔끔하게 해줘 숙소에 가져가는 손님도 많다.
세화리 E식당은 우럭매운탕 전문이다. 매운탕을 끓인 뒤 모양이 살아 있는 우럭을 대접에 담아 내오는데 1인당 한 마리씩 담겨 있다. 큼직한 우럭 한 마리를 혼자 먹을 수 있다니 뿌듯해진다. 매운탕 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다른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매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간혹 나이 든 할아버지들이 우럭매운탕 한 그릇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식당은 손님이 주문하면 식당 한쪽에 있는 수족관에서 우럭을 잡아 통에 담아 주방으로 가져가는데 그동안 통 속에서 우럭이 파드닥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족관에서 뜰채로 고기를 담아내는 영상과 우럭 튀는 오디오를 함께 즐기게 된다.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하도리에서 15분 거리의 성산포에 있는 H식당은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오후 4시면 닫는다. 이 식당은 성산항의 배후 식당으로 출발한 듯하다. 고깃배에서 일하는 선원, 인근 공사장 인부, 포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먹던 식당으로 음식이 푸짐하다. 생선조림, 구이 등 요리가 많지만 나는 백반정식을 먹는다. 적당히 간이 밴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와 돔베고기 또는 불고기가 메인이다. 손님이 많기 때문에 항상 신선한 생선을 확보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날 혼자 먹고 있는데 제주도 공무원이 나를 알아보고 “어떻게 이 식당을 다 아세요?”하고 묻는다. 현지 주민들이 다니는 식당을 이주민인 내가 어떻게 알게 됐냐는 뜻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 정보, 교통법규, 주유소 위치 등 정보를 담은 책을 발간하며 구색을 맞추느라 레스토랑 안내도 실었다. 그러다 레스토랑 정보의 인기가 좋아지며 지금은 음식점 안내로 더 잘 알려졌다. 나는 손님들에게 식당을 소개하며 “하도리안 가이드가 별점 준 곳입니다”고 안내한다. 내가 추천한 식당을 다녀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만족해했다. 이참에 ‘하도리안 가이드’를 만들어볼까.
박두호(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