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미관, 새들에게는 무덤이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취재를 위해 전남 경북 충남 경기도의 도로를 전전했다.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도로는 사체를 묻지 않는 공동묘지 같았다. 방음벽 앞마다 1마리, 많게는 6마리의 새들이 쓰러져 있었다. 처음엔 깜짝 놀라 셔터를 눌렀지만 취재가 계속될수록 죽음은 무덤덤해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하루 2만 마리의 새가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희생되고 있다. 1년이면 800만 마리가 이렇게 죽는다. 야생조류는 투명한 유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자연환경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새들의 눈이 대개 머리 측면에 위치하는 것도 버드 스트라이크의 이유다. 전방 거리 감각이 떨어져 구조물에 부딪히는 것이다.
야생동물 생태분야 전문가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부장은 “새들이 토마토나 돌이었다면 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라면 낭자한 피처럼 흔적을 남겼을 것이고, 돌이라면 수많은 유리창을 깨뜨려 인간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도로에 쓰러진 새들은 깔끔하게 치워졌고, 연약한 몸은 유리창에 겨우 날갯짓만 남겼다. 김 부장은 “새들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죽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은 생태계의 질서를 배워왔다. 누구 하나만 특별할 수 없고 누구 하나만 영속할 수 없는 환경은 조화를 통해 유지된다. 인류의 발전은 이 같은 생태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거울 같은 유리로 감싸진 마천루, 풍경을 방해하지 않는 투명 방음벽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다만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나 보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들은 도처에 도사린 죽음의 벽에 부딪혀 죽어 가고 있다.
사진·글=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