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상, 한국 면담 요청 거절… 미국 업계서도 수출규제에 우려 확산”

입력 2019-07-30 04:06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남을 시도했지만 사전 불발된 것이다.

유명희(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 시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저희가 세코 경산상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면서 “세코 경산상이 장관회의에는 참석하지만 대화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일본과의 통상당국 간 대화는 언제 어디서든 열려 있다”며 “(RCEP 장관회의) 현장에서도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여지를 남겼다.

유 본부장은 지난 23일부터 3일간의 미국 출장 내용을 소개하며 “미국 업계에서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과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4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미국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6곳이 한·일 양국의 통상 수장에게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한 우려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을 언급했다.

유 본부장은 “한·일 관련 문제에 다른 나라가 목소리 낸다는 게 쉽지 않은데다 한·일 기업이 자신들의 회원 고객일 수도 있는데도 서명을 한 것은 미국에서 일본 조치로 인한 영향을 체감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이 이달 초 에칭가스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통제 강화를 발표한 이후 반도체 가격은 20% 이상 급등했고, D램 가격(8기가·현물 기준)도 지난 5일 3.03달러에서 23일 3.69달러로 상승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미국 산업 및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으며,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 설명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유 본부장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한국 등 일부 국가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대우를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 유 본부장은 “이미 미국이 지난 2월 WTO 일반이사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온 사안이다. 미국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면서 국내 영향 등을 종합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