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의 임기 내에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을 표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권 일각에서도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18세 이상 유권자 923명을 대상으로 지난 26~28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아베 총리의 임기 내 개헌 국민투표 추진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대한다’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청년층일수록 찬성이 반대 의견을 압도했다. 18~29세 응답자 중 63%가 개헌 논의 추진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60세 이상에서는 43%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국민투표 실시에 대한 찬반 조사로 개헌 자체의 찬반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조사는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만 참의원 선거 기간 내내 아베 총리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한 만큼 그의 선거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당초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지 않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논의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일본 정국의 변화도 예상된다. 다마키 대표는 지난 25일 인터넷 방송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개헌 논의를 진전시켜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일본유신회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개헌 발의선인 164석(전체 참의원의 3분의 2)에는 4석 모자란 160석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아베 총리에게는 천군만마다. 제2야당이자 참의원 21석을 보유한 국민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참여하면 개헌선 확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개헌 자체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개헌안을 발의해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난 6월 여론조사에서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반대한다’는 응답은 45%로, 찬성 측 37%보다 높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개헌에 반대한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평화헌법 개헌은 일본을 ‘전쟁가능국’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아베 총리의 숙원이다. 개헌의 핵심 내용은 일본의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금하고 있는 평화헌법 9조 개정이다. 아베 정권은 해당 조항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