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핵 포기 않을 것” 소신 발언 코츠 DNI 국장 경질

입력 2019-07-30 04:06
댄 코츠(왼쪽)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해 2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코츠 국장이 다음 달 15일 사임하고, 후임으로 존 래트클리프(오른쪽)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츠 국장은 대통령과 북한·러시아·이란 문제에서 충돌하면서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래트클리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AFP·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경질했다. 후임엔 ‘트럼프 충성파’인 존 래트클리프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의 갈등이 경질의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코츠 국장이 지난 1월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갈등을 빚어왔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의 교체를 오래전부터 검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전직 검사였던 텍사스주의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을 DNI 국장에 지명할 것임을 기쁘게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츠 국장은 8월 15일에 퇴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래트클리프 지명자가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 DNI를 이끌) 국장 대행을 곧 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NI는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테러 등 정보를 분산적으로 다뤄왔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츠 국장은 북한·러시아·이란·이슬람국가(IS) 등 거의 모든 정보 이슈에 대해 이견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츠 국장에 대해 자주 불평을 털어놓았으며 경질 직전까지 간 적이 있으나 참모들의 만류로 교체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코츠 국장 교체에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인식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포기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CNN은 코츠 국장의 북핵 부분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격분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청문회 다음 날 트위터에 “(북핵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박글을 올렸다. 코츠 국장의 북핵 발언 이후인 ‘대통령의 날’(2월 18일) 주말에 백악관이 그의 경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2명의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코츠 국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차 미·러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비꼬는 듯 말했다가 논란에 빠졌다. 코츠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례를 범할 뜻은 없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76세의 코츠 국장은 군인 출신으로 독일 주재 미국대사와 공화당 상·하원 의원을 지냈다. 신중한 업무 처리와 초당적인 행보로 신뢰를 받았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AP통신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뒤를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로감을 느낀 마지막 인사들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DNI 국장에 지명될 래트클리프 의원은 3선 하원의원이다. 그는 지난 24일 하원 청문회에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를 향해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증거를 못 찾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궁하며 트럼프 대통령 엄호에 앞장섰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법 위에 있어서도 안 되지만, 법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