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노동조합이 이르면 다음달 중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팰리세이드 등 신차 발매와 함께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모처럼 살아난 실적 호조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29일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19일 사측과 임단협 16차 교섭을 마친 뒤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22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신청에 이어 25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투표 결과는 30일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찬반 투표에서 파업 찬성이 절반을 넘고,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올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돌입이 가능해진다. 파업권을 획득하고, 다음달 중순 집단휴가 이후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대차 노조는 8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된다. 앞서 한국GM 노조도 지난 25일 7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렬을 선언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기본급 인상과 당기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등 기본 요구사항 이외에도 정년 연장 및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 이슈에 대해 노사 간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개선에 따른 대가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 노조가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을 핵심 쟁점으로 삼아 투쟁을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북미 시장의 인기를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대형SUV 팰리세이드 생산 등에도 차질이 빚어져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4월 합의 이전 노조와의 팰리세이드 증산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동안 국내 출고를 기다리던 고객 2만여명이 구매를 포기하기도 했다.
기아차 노조도 3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23일 10차 임금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24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완료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1조23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30.2% 상승한 호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1.3% 오른 5336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원화 약세 등 환율효과에 기댄 측면이 크긴 하지만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신차 출시 및 판매 호조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대적 ‘하투(夏鬪)’ 돌입으로 신차 출시 및 물량 확보가 지연될 경우 상승세를 탔던 올해 실적은 물론 어렵게 잡은 반등기회마저 허무하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