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데자뷔… 조국, 법무장관 된다면 2011년 권재진과 닮은꼴

입력 2019-07-30 04:06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29일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정수석→법무부 장관 직행’ 사례가 8년 전에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혔고,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코드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여야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8년 전과 같다. 당시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치를 사정 라인에 대통령의 최측근을 앉히겠다는 것은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며 여당인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당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부인과 누님, 동생 하는 측근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정권 말 권력형 비리를 현 정권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제대로 된 나라 가운데 자신의 측근, 비서를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사례가 있느냐”고 따졌다.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조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이 구성된다. 이 라인이 8년 전 ‘권재진 장관-한상대 총장’ 라인과 닮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이 대통령은 권 장관을 임명하면서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었다. 윤 총장은 한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총장으로 직행했다.

현재 야권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조 전 수석을 견제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신독재 밑그림을 그린 조국 수석이 이끌게 될 법무부는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 무차별 공포정치의 발주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은 같은 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중진이라 불리는 의원들마저 민정수석의 장관행을 옹호하고 있다. 청와대의 행동에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다”고 꼬집었다.

야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8년 전 의원총회 발언까지 끄집어냈다.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던 노 실장은 청와대의 권 장관-한 총장 임명 강행에 대해 “청와대가 오기를 부리는 것 같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차마 하지 못했던 일을 이명박 정권이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최근 이 발언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조 전 수석은 이를 잘 새겨보시고 결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여당은 8년 전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고 반박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권 전 장관은 검사 출신에 민정수석 때도 검찰을 장악해 좌지우지했던 사람이지만, 조 전 수석은 검찰 출신도 아니고 사법 개혁을 주장해 검찰과 긴장 관계에 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문 대통령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만 보장된다면 대통령 참모가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과거 민주당의 비판 입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