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합참, 교전 중 제한적 핵 사용 시사… “핵 사용, 전황 바꾸고 승리 가져와”

입력 2019-07-30 04:07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6월 작성해 공개했다가 비공개로 돌린 ‘핵작전’ 보고서 표지. 가디언 홈페이지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교전 중 제한적인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지침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교도통신과 도쿄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핵폭발 후 방사능 오염 상황에서 지상전을 어떻게 펼칠지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 위협 대응을 위해 핵 소형화 등 핵전력 강화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합참은 지난달 11일자 ‘핵 작전(Nuclear Operations)’ 보고서에서 “핵무기 사용은 결정적 승리를 거두고 전략적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특히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전황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지휘관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적대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핵위협 및 전쟁 종결을 위한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 억제와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낳고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특정 국가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가상적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고서는 적대국의 핵 위협은 물론 재래식 위협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군사적 목표를 겨냥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핵무기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점에 비해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가 과도할 경우에는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핵무기 사용 이후 방사능 환경에서 병력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대책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핵무기와 함께 운용될 가능성이 큰 지상군과 특수작전부대는 핵폭발 이후에도 작전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잠시 게재됐다가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과학자연맹(FAS) 소속 스티븐 애프터굿이 삭제 전에 보고서 파일을 다운받아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FAS의 핵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슨은 “히로시마 원폭 파괴력의 3분의 1 수준인 ‘사용하기 쉬운 핵무기’를 도입함에 따라 제한적 핵전쟁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합참은 “해당 보고서는 지침 수립을 위해 정기적으로 작성돼온 것으로 핵무기 관련 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다”며 “보고서의 애매모호한 부분을 수정해 재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