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라는 영어 단어로 번역되지만 ‘그레이스(Grace)’ ‘머시(Mercy)’ ‘페이버(Favor)’는 뜻이 서로 다릅니다. 그레이스와 머시가 행함과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은혜인 데 반해 페이버는 ‘하나님이 기뻐하실만한 어떤 행함이 있을 때 하나님이 기특하게 여기시고 주시는 은혜’를 지칭합니다.
유다 왕 히스기야가 병이 들어 죽게 됐을 때 그는 하나님께 우상을 척결한 행위에 대해 기억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에 하나님은 15년 수명 연장을 허락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 은혜를 구하는 기도는 그레이스나 머시를 구하는 기도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종의 치유를 구하는 백부장에 대한 유대 장로들의 청원도 그렇습니다. “이 일을 하시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합당하니이다.”(눅 7:4)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셔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7장에 나오는 은혜의 원리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하고 호의를 베풀었을 때 하나님께서 이것을 기억하시고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언제 은혜를 베푸실까요. 첫째, 한 영혼을 사랑하는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어떤 백부장의 사랑하는 종이 병들어 죽게 되었더니.”(눅 7:2) 종이 소모품처럼 여겨지던 때에 백부장은 종을 사랑하고 그의 생명 살려주기를 구합니다.
세계적인 암 전문의 원종수 박사는 지독하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모셔온 시각장애인 거지 할아버지를 정성으로 돌봐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는 세계적인 석학이 되었고 유학생들을 위한 집회에 초청받았습니다. 강연을 앞두고 기도하는 그에게 슬라이드처럼 무언가가 펼쳐지는데 그것은 어릴 적 할아버지를 돌봐드렸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그게 나였다. 내가 얼마나 춥고 배고팠는지 몰라. 네가 나를 먹였기 때문에 네 먹는 것을 책임져주마. 네가 나를 입혀줬기 때문에 내가 너 입을 것을 책임져 주마.” 우리는 한 영혼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며 믿음의 길로 이끌어야 합니다.
둘째, 이스라엘을 사랑하는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저가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눅 7:5) 백부장은 로마 사람임에도 하나님의 백성을 존귀히 여기고 사랑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황제들이, 중세의 교황권이, 근대의 나치즘이 유대인들을 미워하고 학살했으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너를 축복하는 자를 축복하고 너를 저주하는 자를 저주하겠다”(창 12:3)고 하셨습니다. 미국이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움받던 유대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한국 현대사의 큰 기로마다 도움을 줬던 민족입니다. 건국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유대인입니다. 이스라엘은 6·25 당시 신생 독립국이었지만 우리에게 의료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군과 영국군으로 참전했던 유대인은 4000여명에 달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유대인이었습니다. 전후 차관을 들여와 눈부신 경제 개발을 가능케 한 사람은 사울 아이젠버그였는데 그 역시 유대인이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원형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였고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 중 한국과 가장 먼저 수교한 나라입니다. 한국교회처럼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고 방문하고 축복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지금까지 이 민족을 붙으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셋째, 교회를 사랑하는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었나이다.”(눅 7:5) 쉽게 말해 백부장은 교회를 지어준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나님은 교회에 공헌한 자에게 반드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고레스는 페르시아의 왕으로서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성전을 재건하는데 공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반기독교적 정책이 무수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때 교회를 위해 앞장서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를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나라와 교회, 이 민족에 유익한 자가 돼야 합니다.
최상일 서울 은정감리교회 목사
◇최상일 목사는 감신대와 감신대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알래스카 선교사로 활동했습니다. 2009년 서울 은정감리교회 담임목사에 취임했으며 현재 서울기독청년연합회 및 홀리위크미니스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