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인 아버지, 상무와 전무인 두 아들이 모두 한신대 출신이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두 아들은 매 주일 사업장 근로자인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 한신플라텍㈜ 김현태(62) 회장과 큰아들 성철(38) 전무, 둘째 아들 경철(36) 상무 이야기다.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회사를 방문, 부자를 인터뷰했다.
김 회장은 한신대 신학부 77학번이다. 김 회장이 어릴 때 부모가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김 회장도 교회를 다녔다. 용문산 기도원이 고향 근처였다. 그곳에서 나운몽 당시 장로가 부흥회를 했는데 김 회장도 큰 은혜를 받고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한신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3학년 때 그는 목회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결혼을 일찍 했고 아이까지 있던 터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처음에는 구내 서점을 했다. 나름 잘 됐다. 사업 수완도 있었다. 대학 졸업 즈음에는 용역회사에 관심을 가졌다. 직원으로 일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
그러나 당시 사람 만나는 게 자신이 없고 두려웠다. 면접을 위해 호명했는데 화장실로 도망을 갔다. 거기서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너 이래서 어떻게 먹고 살래.”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목회하든 사업하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김 회장은 이후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 했다. 김 회장은 용역회사를 차려 30명 직원을 두고 일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0년 한신플라텍 창립 전후였다. 그는 학보사 신문, 광고 판촉물 등 유통사업에 눈을 돌렸다. 판촉물로 플라스틱 컵 등을 취급했다. 판촉물을 팔았지만 결국 제조업만 돈을 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조업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사출기 2대를 놓고 플라스틱 컵, 반찬통 등을 만들었다. 고정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컸다. 수동이다 보니 사출기 2대에 7~8명이 필요했다.
“고정적으로 납품할 곳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때 하나님께서 한 지인을 통해 매일유업의 창업자 2세인 현 김정완 회장을 연결해주셨어요. 그때부터 매일유업에 제품을 고정 납품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어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마음으로 돌파했다. 그런 김 회장을 매일유업 김 회장도 여러 번 경험했을 터였다. 둘째 아들 경철 상무를 인사시키러 갔더니 매일유업 김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네 아버지가 밀어붙이면 나는 꼼짝도 못 한다.”
한신플라텍은 현재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로는 중견이다. 분유캡, 스푼, 우유 상자와 빵을 담는 크레이트 등 150여개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크레이트를 100% 회수해 재생, 지난해 환경부의 친환경인증 마크를 받았다. 공주대와 협력해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하고 품질 및 환경 분야 등에서 ISO 인증을 받았다. 병역특례 업체인 것도 자랑이다.
큰아들 김 전무는 한신대 05학번이다. 원래 다른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한신대는 하나님의 학교다. 하나님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있냐”고 한신대 입학을 권했다. 김 전무는 군 제대 후 아버지 말에 순종했다. 한신대 신대원을 마치고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하나님의성회신학교(A.G.T.S.)에서 박사학위를 하려 했다. 김 전무는 그러나 “아버지의 일을 돕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해 사업에 합류했다”고 했다.
작은아들 김 상무도 처음에는 다른 대학 중국어과에 진학했다. 전공을 고를 즈음 중국이 뜰 거라고들 했다. 대학에 진학한 아들을 지켜보던 김 회장이 말했다. “신학대에는 좋은 대학 나온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결국 하나님을 알고 싶어 모이는 곳이다. 다른 것보다 하나님을 먼저 알고 인생을 살아야 후회가 없다. 신학을 해야 네가 사는 것이다.” 김 상무도 형과 같은 한신대 05학번이다. 그는 형보다 먼저 아버지 일을 도왔다. 올해로 11년째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어렵다. 사람들 데려다 놔도 일을 조금 안다 싶으면 나가버린다”며 “이렇게 두 아들이 일을 배우겠다고 함께하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업장은 두 아들에게 목회지다. 이들은 매 주일 오전 10시 기숙사 식당에서 주일 예배를 인도한다. 두 아들이 메시지를 전한다. 네팔, 캄보디아 등 8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30명이 예배를 드린다.
처음에는 동료를 따라 예배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예수를 믿었다. 김 상무는 “최근엔 힌두교 신자가 예수를 영접하는 역사가 일어났다”며 “이곳에서 훈련받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평택에 있는 외국인교회에서 찬양도 인도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 때 자리를 함께한 진선수 한신플라텍 부회장 부부도 1년 전부터 교회에 출석한다고 했다. 진 부회장 아내는 불교학생회장 출신이다. 진 부회장은 “회장님 가족들 삶을 보면서 이들이 말하는 예수가 누군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부자의 꿈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목회다. 회사 인근 땅을 확보해 복지시설도 짓고 교회도 세우고 싶다고 했다. 김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항상 50세가 넘으면 목회상담을 공부해 상담사역을 하고 싶었다”며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훈련해 그들이 고국에 돌아가 전도자로 살게 하고 싶다”고, 김 상무는 “하나님이 이 사업을 주셨으니까 재정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 기뻐하시는 목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택=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