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외교부 고위 관료인 일본 주재 한 총영사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취임 이후 성비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선언했지만 엄중한 시기에 또다시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외교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지역 총영사인 A씨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접수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직원이 직접 권익위에 관련 사건을 신고·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비위 관련 제보는 권익위에 접수돼 수사기관으로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익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를 위해 상세 사항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 주재 총영사는 영사 업무는 물론, 해외동포와 자국민의 보호, 경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 주재 총영사의 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2일 남관표 주일 대사가 주일 총영사들을 전부 불러 한·일 대화 재개 방안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이달 내내 초비상 사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고위 관료인 A씨의 비위 사실이 터져나와 외교부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외교부는 김도현 전 주베트남 대사와 도경환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갑질 혐의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특임공관장으로 부임한 김 전 대사와 도 전 대사는 직원들에 대한 폭언 등 갑질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결국 해임 처분됐다.
강 장관은 2017년 취임 후 성비위 사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감사 및 징계 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엄중 조치에도 불구하고 성비위 의혹이 끊이지 않아 강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