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4)는 지난 5월초 운전 중 갑자기 어지럽고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을 겪어 하마터먼 큰일 날 뻔 했다. 다행히 경찰 도움으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검사결과 오른쪽 뇌경색 소견이 발견됐다. 뇌혈관을 막은 혈전(피떡)을 녹이는 약물을 급히 투여해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나 왼쪽 팔·다리 마비와 감각저하 등 후유장애가 이미 온 상황. 빠른 회복을 위해선 초기 집중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A씨처럼 대학병원 등 급성기 치료기관에서 뇌신경질환의 응급조치가 끝난 후 체계적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고도일병원이 지난해 12월 뇌신경 재활클리닉을 새로 문 연 것도 이런 국내 상황을 고려해서다. 척추·관절질환으로 인한 통증·마비 환자의 비(非)수술 재활치료를 18년 넘게 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뇌신경질환자의 재활치료에도 도움이 되고자 수 년간 준비 끝에 개설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선 이례적이다.
뇌졸중은 응급치료를 잘 마치더라도 40~60%는 팔·다리편(한쪽)마비, 안면신경마비, 보행장애, 발음장애(발음 어눌함), 언어장애(실어증), 삼킴장애 등 후유증이 남아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뇌졸중 진료 환자는 77만6000여명에 달했다.
고도일(신경외과 전문의) 병원장은 29일 “심·뇌혈관이나 중증외상 환자 뿐 아니라 뇌신경 재활치료에도 ‘골든타임(Golden Time)’이 있다”며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 손상을 극복하려면 회복기 재활이 시작되는 발병 후 첫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상된 뇌신경 회복은 발병 직후 3~6개월에 가장 왕성하며 1년까지도 빠르게 회복된다. 고 원장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후유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은 특급 뇌신경재활 도우미 ‘로봇 4인방’을 스위스로부터 도입했다. 먼저 3단계 보행 재활로봇인 ‘에리고 프로(Erigo Pro)’와 ‘로코맷(Lokomat)’ ‘안다고(Andago)’가 있다.
에리고 프로는 누워있는 환자의 초기 기립 단계 로봇장치다. 전동식 경사 침대를 통해 환자의 서는 훈련을 돕고 전기 치료로 운동 신경을 자극한다.
로코맷은 스스로 보행이 힘든 환자의 다리에 로봇장치를 끼고 트레드밀을 걷게 한다. 정상적인 보행 패턴을 훈련하게 도와준다. 안다고는 자율보행 훈련용 로봇이다. 땅 위에서 스스로 걸어다닐 수 있으며 낙상을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아메오(Armeo)는 팔·손 마비 등 상지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근력과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로봇이다. 로봇 장치를 팔에 장착하고 컴퓨터모니터에 구현되는 가상현실(VR)프로그램 속 동작을 따라하는 방식이다.
이들 재활로봇 외에도 이곳에선 뇌신경 영양주사, 뇌신경자극술 등 최신 치료법을 적용해 환자의 빠른 회복과 성공적인 일상복귀를 돕고 있다.
고 원장은 “치료 결과는 환자의 뇌신경 손상 정도와 재활 치료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재활 치료를 통해 발병 전 상태로 100%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갖고있는 회복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