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1대 주주인 금호산업이 지난 25일 보유 주식 6868만8063주(31.0%) 전부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국내 항공업계 초유의 대형항공사(FSC)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문제는 최고 2조원대까지 거론되는 높은 예상 매각가격과 7조원에 달하는 부채 등 천문학적 인수비용이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물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역시 ‘통매각’ 원칙을 천명하곤 있지만 인수전이 장기화할 경우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의 분리매각 여부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매각공고 후 언론에 “이번 계약은 진성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특수관계자나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3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 등을 포함해 범(汎)금호가(家)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제대로 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수 없다는 세간의 우려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채권단의 기본 매각 원칙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투자자를 물색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등 수익을 노리는 재무적투자자(FI)의 단독 입찰을 사실상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10~11월 정도, 본계약 및 매각 마무리는 일러야 연말 정도에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업계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교두보로 수월하게 입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다수 대기업이 인수 후보군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금 동원력과 항공업 연관성 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SK와 한화는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S그룹 역시 신사업 진출 및 정유계열사 매출 신장 측면에서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신중한 분위기다.
유일하게 인수전 참여 의사를 공개해 온 애경그룹의 경우 자금 동원력에서는 먼저 언급된 기업들에 비해 다소 밀리는 만큼 FI 유치를 위해 국내외 사모펀드와 다각도로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CC업계 1위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전체 인수보다는 계열 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인수하는 쪽의 실익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매각이 장기화될 경우 인수자 부담을 덜어주는 회유책으로 분리매각에 대한 필요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 진출이라는 메리트와 국적 FSC의 시장가치에 대한 의문은 없지만 결국 분리매각을 통해 자금조달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협상의 키포인트”라며 “물밑에서 인수 가능성을 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어 한동안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을 통한 인수가격 상승을 우려한 ‘모르쇠’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분리매각 방식에 대한 매도·매수 측 합의가 거래성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