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지율이 5개월 만에 10%대로 떨어지면서 황교안 대표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월 소속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당의 새 좌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강성 보수’, ‘친박근혜’ 등 과거 가치에만 매달려 외연 확대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보수정당발(發) 정계개편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6명에게 조사한 결과, 한국당 지지율은 19%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인 39%에 2배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지율은 2·27 전당대회 직전인 2월 셋째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동일한 수치다. 황 대표 취임 뒤 등락을 반복하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지지율이 급기야 5·18 망언 논란으로 당이 위기에 빠졌던 전당대회 이전 상황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한국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13%로 2월 셋째주에 기록한 15%보다 더 하락했다. 수도권과 40대 이하 지지세도 제자리걸음이다. 황 대표가 중도층 확장을 공언하며 친여성·청년 행보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황 대표가 말로는 중도층 공략을 강조하면서 당의 주요 보직에 친박계 인사들을 앉힌 것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황 대표 취임 이후 사무총장, 전략부총장, 당 대변인 등의 요직을 친박계 의원들이 꿰찬 데다 최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등 원내 핵심 보직에도 친박계 인사들이 임명되면서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총선 연대설도 당의 친박 색채 강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당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황 대표의 당 장악력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김용태·김학용·권성동·장제원 등 비박계 의원들은 일제히 ‘친박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도를 포섭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상태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쥔 지도부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쓴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두고 지도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박순자 의원과 관련해서도 그만큼 지도부의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당 안팎의 시선은 오는 9월로 모아지고 있다. 8월 말로 예상되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귀국 시점 등의 변수가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맞물리면서 9월쯤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한 복당파 의원은 “(복당파 의원들이) 삼삼오오 만나고 있다. 당의 상황과 관련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9월을 넘어서면 늦기 때문에 그 전에 (당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식의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보수 계열의 바른정당 창당이 실패로 돌아간 선례가 있어 정계개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 또한 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