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사진) 신임 영국 총리는 약속대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행할 수 있을까. 아니면 10월 31일 이전에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이름을 남기며 퇴장할까.
존슨 총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의회 첫 연설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지구상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어떠한 상황에서도 10월 31일 브렉시트 이행 약속을 지킬 것”이라면서 “영국이 2050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번성하는 경제가 될 수 있다”고 자심감을 드러냈다.
27일에도 그는 브렉시트 이행 의지를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장담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자유무역항 설치, 기업 세금감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런던 등 대도시가 몰려 있는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의 교육과 치안, 통신 인프라, 기술 혁신 등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큰소리와 달리 브렉시트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존슨 총리가 거듭 공약한 백스톱 조항 폐지부터 쉽지가 않다. 앞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유럽연합)와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에 합의했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백스톱의 종료 시한이 없고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었다.
문제는 EU와 아일랜드가 백스톱 조항에 대해 양보할 뜻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앞서 “백스톱 재협상은 없다”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선호하진 않지만 영국이 강행할 경우 막진 않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면서 “영국은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세법을 바꿔 투자와 연구 분야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에 큰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영국 탈출 준비를 시작하고 있고 대량해고 우려마저 나온다. 스코틀랜드는 영연방에서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미국 CNN 방송은 “메이 전 총리가 지난 3년 동안 해내지 못한 브렉시트를 존슨 총리는 3개월 안에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며 “그의 계획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같은 보수당 내에서도 존슨 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27일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보수당 내 노딜 브렉시트 반대파들이 노동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초당적 연대가 이뤄질 경우 브렉시트 관련 법안 수정은 물론 총리 불신임 투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순간 불신임 투표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 언론은 존슨 총리가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였던 앤드로 보너(209일)의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