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핵심소재를 국산화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국내 업체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업체가 만든 소재가 일본 소재의 대체재인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28일 코스콤 주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포장재 생산업체 율촌화학의 주식은 주당 1만7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약 10일 전인 지난 15일(1만3000원)에 비해 34% 뛰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에 대비해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국내업체의 배터리 파우치필름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착수한 SK머티리얼즈도 같은 날 주식이 18만1000원에 거래되며 장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종가(14만8100원)와 비교해 22.2% 오른 것이다. 이외에도 포토 레지스트를 만드는 동진쎄미켐, 불산 제조업체 후성 등이 일본 규제 수혜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국산 에칭가스를 생산 라인에 투입하기 위한 테스트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솔브레인 주가는 이달 들어 약 40%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외산 비중이 높은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미 주가가 급등한 종목 외에 향후 추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을 국산화 중인 업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소재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를 제조하는 에스앤에스텍,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파인 메탈 마스크 제조업체 APS홀딩스 등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일본의 규제범위가 얼마나 확대될지 알 수 없고, 소재 도입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공정에 투입이 될지, 얼마나 투입될지도 불투명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 단계부터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산 소재라 해서 모두 테스트 대상이 될 수 없고, 공정 투입이 결정된다 해도 몇 개 라인을 일부 대체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