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가 상반기에 실적 ‘축포’를 쏘아 올렸다. 미·중 무역 갈등과 부동산 규제 등 각종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저마다 ‘역대급’이란 타이틀을 달아가며 선방했다.
다만, 지주사 실적의 70~80%는 이자 이익이 만들어낸 결과다.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은 다소 떨어졌지만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따라 붙는 이유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28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9144억원을 기록해 지주사 1위 자리를 지켰다. 상반기 실적 역대 최고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한 9961억원이었다. 비이자 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6.7%나 오르며 높은 실적을 견인했다.
KB금융지주는 상반기에 1조83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선두 탈환에는 실패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나 오른 99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인데도 상반기 순익은 4.1% 줄었다. 이에 KB 측은 “주식시장 부진으로 수수료 이익이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은행의 명동 사옥을 매각한 데 따른 일회성 수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3·4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2045억원, 1조1790억원이었다.
4대 금융 지주사가 상반기에 거둬들인 이자 이익은 총 14조2700억여원에 달한다. 금융 지주사들은 실적 발표 때마다 ‘이자 장사’로 한탕했다는 질타를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 비이자 이익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인 신한금융조차 전체 영업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69.1%에 달했다. KB금융 역시 전체 영업 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78.9%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자 수익성은 떨어졌다. 각 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올해 2분기 순이자마진은 1.49~1.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0.05% 포인트 떨어졌다. 이자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28일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완화 기조 정책에다 하반기 한국은행 시중금리 인하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은행의 이자 수익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중심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하반기 은행 영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