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 중 1발은 690여㎞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량해 비행거리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위협적인 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시험발사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북한이 쏜 2발은 각각 430여㎞, 690여㎞를 비행했으며, 정점고도 50~60㎞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발사된 단거리미사일에 비해 비행거리가 상당히 늘어났으며 비행고도는 다소 높아졌다. 북한이 지난 5월 쏜 단거리미사일 2발은 각각 270㎞, 420㎞를 비행했으며, 정점고도는 45~50㎞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미사일 비행거리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500여㎞보다 190여㎞ 늘어난 것이다.
이번 발사는 탄두 중량을 줄여 비행거리를 늘렸을 경우 명중률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요격을 피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완성형’을 만들기 위한 시험발사라는 관측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고도와 비행거리를 감안할 때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분석된다”며 “이 미사일 전 단계인 탄도미사일 ‘KN-02’(일명 ‘독사’)의 경우에도 20여 차례 시험발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은 비교적 낮은 고도로 서서히 상승하다가 요격을 피하는 기동을 한 뒤 표적 인근에서 급강하하는 특성을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미국 측 정보를 받은 뒤에야 이날 두 번째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690여㎞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두 번째 미사일 비행거리를 미국 측에서 조금 더 길게 평가했다”며 “추가적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미사일이 회피 기동을 하는 궤적을 우리 군 레이더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에 발사된 2발 모두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기 때문에 사전에 ‘발사 타이밍’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TEL로 발사할 경우 지상에 설치된 발사대 인근에서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작업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연료 주입 시간도 필요 없다. 현재 패트리엇 계열 유도탄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위주로 하층 방어에 중점을 두고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 발사 전에 관련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는 지난 5월 쏜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미사일’로만 지칭했다. 청와대가 반복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반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유엔 안보리는 사거리가 짧은 ‘단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선 규탄이나 경고 등 비교적 낮은 수위로 대응해 왔다.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