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강경파 내각 꾸린 존슨 “10월말 무조건 EU 떠날 것”

입력 2019-07-26 04:01
보리스 존슨(오른쪽) 영국 신임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 외곽 계단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이날 첫 대국민 성명에서 “영국은 99일 이내 EU를 탈퇴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강행 의지를 밝혔다. 존슨 총리와 동거 중인 24세 연하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가 존슨의 첫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시먼즈는 29세에 보수당 홍보본부장 겸 대변인이 될 정도로 영국 정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홍보 전문가다. 존슨 총리가 두 번째 부인 마리나 휠러와 이혼소송 중인 상태라 시먼즈는 ‘퍼스트 걸프렌드’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신임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완수를 선포하며 정치적 혈투를 예고했다. 그는 새 내각에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본격적으로 ‘하드 브렉시트’(EU와 완전한 분리) 준비에 착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 BBC 등 영국 언론은 24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 앞에서 열린 첫 대국민 성명에서 “만약도, 예외도 없다”며 “영국은 99일 이내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U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국이 오는 10월 31일까지 무조건 EU를 탈퇴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회의론자들을 향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3년간의 망설임과 근거없는 비관론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브렉시트로 인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EU와의) 새로운 합의, 더 나은 합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연설 직후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새 내각의 주요 각료로 배치하는 대대적 인사를 강행했다. 전임 테리사 메이 내각 중 무려 17명이 교체됐다. 미국 CNN은 존슨 총리가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내각의 2인자인 재무장관에는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이 기용됐다. 파키스탄 이민가정 출신인 자비드 장관은 당초 존슨 총리와 보수당 경선에서 맞붙었으나 탈락한 뒤 존슨 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후임 내무장관에는 인도계인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부 장관이 임명됐다. 파텔 장관은 경선 때부터 존슨 총리를 열렬히 도우며 “오직 그만이 브렉시트와 보수당을 구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장관에는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이 발탁됐다. 랍 장관은 메이 내각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책임지다가 “메이 총리의 계획을 양심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며 사임한 전력이 있다. 주요 보직 외에도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는 인물들이 내각에 중용됐다. 존슨 총리의 새 내각에 대해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가장 우파에 치우친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직 EU 탈퇴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듯한 존슨 총리의 행보에 중국 정부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정부가 친중 성향으로 일대일로 참여에 적극적인 존슨 총리의 취임을 이례적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EU와 결별하는 영국이 유럽 시장 이탈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과 경제 협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실제로 당선 직후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새 정부는 대단히 친중 성향일 것”이라면서 “중국이 영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길 부탁한다”며 공개 구애에 나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