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3연패 진통제 투혼 김준호 “아픈 줄도 모르고 뛰었다”

입력 2019-07-25 19:12
25일 귀국한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김준호(25·세계랭킹 13위)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앞에서 화이팅을 하고 있다. 김준호는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대표팀의 세계선수권 단체전 3연패에 기여했다.

22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세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 헝가리와의 결승 현장. 1만5000명의 홈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한국은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에이스’ 오상욱(22·세계랭킹 1위)과 ‘맏형’ 구본길(30·11위)의 활약만큼 빛났던 건 부상 투혼을 펼친 김준호(25·13위)의 숨은 공로였다.

김준호는 개인전 64강 경기를 치르던 중 대회 전 입은 왼발 부상이 악화됐다. 힘줄이 80%쯤 찢어질 정도였다. 결국 김준호가 32강에서 패한 뒤 대표팀 코치진은 하한솔(25·14위)을 단체전에 대신 내보냈다.

하한솔은 그러나 결승에선 세계선수권 첫 출전의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3릴레이에서 제메시 사나드(32·32위)에 2-8로 패해 헝가리에 12-15 리드를 내줬다. 구본길과 오상욱이 분전해 25-22로 재역전했지만 3연패 달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유상주 감독은 김준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김준호는 “단체전에 나서지 못해 선수들에게 미안했고 부담도 컸다”며 “3연패 타이틀을 제 힘으로 지키고 싶은 마음에 부상에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왼발을 테이핑하고 진통제를 먹은 후 경기에 나선 김준호는 6릴레이에서 2012·2016년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실라지 아론(29·5위)을 맞아 5-5로 선전했다. 8릴레이에서도 개인전에서 자신을 4점 차로 이긴 사트마리를 상대로 5-6으로 아쉽게 졌지만 대표팀의 리드(40-37)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줬다. 결국 대표팀은 헝가리를 1점차로 누르고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김준호는 “긴장되는 분위기에 아픈 것도 모르고 뛰었다”며 “팀을 위해 무조건 버티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김준호의 시선은 이제 내년 도쿄올림픽으로 향한다. 김준호는 “선수들끼리 지금처럼 소통하고 이끌어주면서 도쿄에서 단체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라며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꼭 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