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 실패 의미… 트럼프 인내력 테스트”

입력 2019-07-26 04:08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미국에서 판문점 북·미 회동의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고 보는 만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이번 발사가 ‘대북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 직후 나온 것과 함께 김 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한 것을 연관시켰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이 구체적인 외교적 진전을 낳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과 부교수는 CNN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비핵화 실무협상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사체 중 최소 하나는 ‘킴스칸데르’(김정은의 성 ‘김’과 러시아 미사일 ‘이스칸데르’의 합성어)로 불리는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는 것이 나랑 부교수의 지적이다.

나랑 부교수는 또 “한·미가 다음 달 연합훈련을 실시할 경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던 개인적인 약속을 어겼다고 확신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 연합훈련이 열리면 모든 것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는 “이번 발사체 시험이 북한의 마지막 행동이 아닐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사실을 확인했지만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 정부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던 것과 관련해 이번에도 로키(low-key) 행보로 상황을 관리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려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이런 도발적 움직임이 협상 재개에 대한 거부 의사인지, 협상 전략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WP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이번 행동은 북한 미사일 발사 중단을 외교 성과로 자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